혼자 주절주절

오메가 3와 쇼닥터

한주환 2018. 3. 25. 14:17




시중에 나와 있는 건강식품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과대 허위 선전에 가까운 황당한 것들이다.

식물 속의 물질을 ‘파이토 케미칼’이라 하고, 필수 지방산을 '리놀렌산' 혹은 '오메가 지방산'으로 부르며,

비타민 E를 '토코페롤'이라고 하면서 신비한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장난을 일삼지만 

실은 우리가 일상으로 먹는 식품에 충분히 들어있다. 환자가 아니라면. 



미국 같은 대국이, 식품에 대한 규제가 철저할 것 같은 미국이 건강에 좋다는데, 늘 이를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이던 우리가 어찌 신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것도 식품과 의약품에서 세계인의 건강을 책임지는(?) 듯이 보이는 FDA가 인정(?)하고 묵인하는데 말이다. 미국에는 한때 현대 의학에 식상해 대체 의학 열풍이 분 적이 있다. 

우리처럼 자연 치유라는 게 인기가 있을 때 정치인들이 편승해 부작용을 알면서도 법적으로 완화한  '보조식품교육법'을 1994년 통과시켜 건강식품을 FDA의 관할 품목에서 제외했다. 등록하기만 하면 의약품이 아닌 일반 식품으로 분류돼 과학적인 검증 절차 없이도 판매가 가능해졌다는 거다. 관계 부처는 건강에 의심이 가는 품목이 있어도 ‘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만 내릴 수 있을 뿐 이를 규제하지 못한다. 규제를 위해서는 인체에 해롭다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미국 건강식품이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상륙한다. 종편과 쇼닥터들이 이를 놓치지 않고 선전을 해대고, 홈쇼핑은 여기에 빌붙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수순으로 진행된다. 

제일 책임 있는 곳이 언론 매체다. 사회에 영향력 있고 힘센 권력 중 하나가 방송과 언론 아닌가. 허위나 왜곡 보도도 매스컴을 타면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요즘 종편이 심지어 정규 방송마저도 엉터리 방송에 경쟁적이다. 왜곡 방송을 하는 데는 방송국의 제작진 책임도 크다. 요즈음 공중파도 도를 넘었다. 엉터리 출연진이 시청자를 우롱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난장판에 거간 노릇을 하고 있다. 불량 지식을 전파하는 부류는 대개 얼핏 전문가로 보이는 사람들이다. 전공도 아니면서 배운 적도, 공부한 적도 없는 사실을 인터넷 검색으로 급조해 익히고는 아는 척하는 데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요즘 방송국은 공익이 아니라 시청률에 목을 맨다. 자극적이고 인기 영합적으로 제작하다 보니 막장이 된다.

아니면 말고 식의 방송국의 태도, 패널의 무책임한 발언에 "본 방송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다"는 면피성 자막을 내보내면 그만이다. 백성을 호구로 알고 허위 정보를 전파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도 아니면 말고 라고? 
  

 

 
출연자의 대부분이 박사고 의사고 교수니까 권위자처럼 보이는가. 물론 제한된 분야에서는 그럴 테지만 모든 분야에 막힘이 없을 정도는 아닐 텐데도 말이다. 그런데 TV의 패널로만 출연하면 왜 모르는 게 없어지는지 모르겠다. 권위(?)에 편승하여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내는 데에는 참 배짱도 좋고 후안무치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종편에 붙박이로 출연하는 의사, 한의사, 전문가의 일부(대부분)가 관련 제품과 관계되어 잇속을 챙긴다는 데 있다. 자주 홈쇼핑이 종편과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다. 이들은 양심도 영혼도 없다. 돈 냄새를 맡은 부나방의 생리를 닮았다. 신념에 찬 듯 허위선전에 거품을 무는 걸 보면 단순무식하거나 돈을 위해 양심을 팔거나 둘 중 하나다. 쇼닥터란 신조어가 괜히 생겼겠나. 
  



이제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는 지경에 왔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 사기성을. 방송마다 관계분야 전문가가 나서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쇼닥터들의 엉터리 발언을 실명으로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을 시청자 게시판에라도 올려 무책임함을 따지는 운동 같은 것 말이다. 전문가의 동참이 절실하다. 




결론은 몸에 좋은 식품이란 없다. 식품은 약이 아니다.

먹거리가 풍부한 시대에 당신이 일상 먹고 있는 식품이 다 건강식품이다.

식품은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 몸에 좋으라고 먹는 게 아니다. 


모자라는 사람한테는 좋고 넘치는 사람에게는 나쁜 게 식품이다. 몸에 좋다 하니 많이 먹을수록 좋을 것으로 착각한다. 
그 좋아하는 비타민과 미네랄도 과하면 병이 된다. 혹시 비타민을 일상으로 먹고 있지 않나? 부족해서 먹나? 아니면 환자인가? 미안하게도 지금 같은 포식의 시대에 환자가 아니라면 모자라는 영양소는 없다. 주위에 괴혈병이 있고 곱사등이 병이 있고 야맹증이 있나? 
  



중앙일보 잘 먹고 잘 살기 기사에서 정리, 발췌,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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