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화양연화 김사인
한주환
2018. 12. 30. 10:01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 없다는 말처럼 덧 없이, 속 절 없다는
말처럼이나 속 절 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 당겨 주지 않지 어느 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 주지 않지.
눈 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 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 오리니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 장화 탕탕 물 장난 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 모르는 오누인 듯 살아가거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