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불구부정 강경화

한주환 2018. 6. 14. 20:15



시골 텃밭의 상추, 열무들이
빗방울 속에 이리도 

푸르르게 눈부신 것은


백화점 야채 칸에 

비닐로 염을 한 채 누워있는
야채들처럼 

제 몸매를 자랑하지 않기 때문이리.



뒷밭에 갈라진 토마토가
비 개인 하늘처럼 스르르 

입안에서 녹는 것



전신을 농약에 바르고

성형수술을 한 과일처럼 

저를 고치지 않기 때문이리.




심지도 않았는데
혼자 돋아나는 돌미나리 향내가

이리도 눈부시게 피어나는 것은 

깨끗함만을 골라서 자라지

않기 때문이리라.


불구부정은 더러움도 깨끗함도 없다는 불교용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