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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한주환 2018. 2. 2. 01:03



산 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 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내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 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온 나로선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가면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낸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번만 기분 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엾여 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여긴 위도 49도이어서 그런지 한낮에 26,7도 올라가다..6시 이후인 밤엔(10시에 어두워진다) 
선선하다. 고생이 많고나.. 그러나 여름이 그렇게 더워야 여름작물인 벼가 풍작이 든다.